레플리카... 그 뜻을 살펴보면 사전적 의미로는 '복제품' 을 의미한다... 실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플리카는 레이서레플리카의 준말이 아니던가?

다시 얘기하자면... 레이서레플리카는 레이서의 복제품... 즉 서킷에서 달리고 있는 레이서들의 복제판인 바이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레플리카에게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두말이 필요 없다. 바로 '코너링 성능' 이다.

서킷레이스의 대부분은 적어도 같은 배기량에게 있어선 엔진성능의 비교는 큰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각 메이커들이 엔진성능에는 자사의 최고 기술들을 언제나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이 나는 부분은 바로 '코너링 성능' 이다. 물론 코너링 성능에 있어서도 엔진성능이나 브레이킹성능이 관여를 하게 되겠지만, 단순히 직선에서 빠르다고 해서 코너에서도 빠르다는 것은 아니란 말 이다.

지금에 와서야 우리는 너무도 쉽게 레이스 머쉰을 닮은 그것을 보곤 '레플리카' 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레플리카의 의미를 살펴본다면... 진정한 레플리카들은 역시나 레이서들을 베이스로 한 바이크들... 그렇게 본다면 그 종류는 크게 줄어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플리카의 대명사인 CBR400RR 도, ZXR400 도  진정한 의미에선 레플리카가 아닌 것 이다. 레이스 머쉰을 베이스로 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RVF400 은 틀리다. 그자체가 동사의 RC45 RVF750 을 기초로 하는 레플리카이다. 물론 배기량을 낮추고 그 기본설계가 완전 틀리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잠깐... RVF 의 역사 그리고 그 이전인 VFR 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선 VFR 은 RVF 의 이전 모델이다. RVF400(NC35) 이 바로 VFR400R(NC30) 의 후속모델이다. 하지만 이 두모델은 실제 750 모델의 일본 내수시장을 위해 새로이 만든 400급 모델일뿐.. 실제 750 모델의 경우도 VFR750R (RC30) 과 RVF750 (RC45) 가 존재한다. NC30 VFR400R 은 이런 RC30 VFR750R 의 400급 버젼으로 1989년 첫 등장을 하였으며, RC30 VFR750R 은 1990년에 단종 되었으나 NC30 VFR400R 은 1993년까지 양산되었다. 이후 RC30은 RC45 RVF750 에게 자리를 물려주어 1994년 RC45 RVF750 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이에 맞춰 NC30 VFR400R 도 NC35 RVF400 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다. VFR750R/RVF750 은 실제 슈퍼바이크와 내구레이스를 위해 혼다에서 개발한 레이스를 위한 호멀러게이션 모델이다. 즉 이러한 머쉰을 일본내의 면허체계에 적합하도록(이 면허체계에 대해선 이전의 CBR400RR 시승기에서 다룬바 있어 생략토록 한다) 400급으로 제구성 시킨게 바로 NC30/35 이며,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NC35 는 HONDA 의 V4 레플리카 시장의 마지막 주자라고 할 수 있다. RC45 를 끝으로 HODNA 는 V4 가 아닌 V2 의 RC51 VTR1000 으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시장에 출고된 NC35 RVF400 은 이전모델인 NC30 VFR400R 의 구성을 비슷하게 따르고 있으나, 그 단점들을 보안하고 훨씬 세련되게 변화되었다.

VFR400R 의 정립식 포크는 코너링에 더 유리한 도립식으로 바뀌었음은 물론, 리어 18" 휠도 17" 로 변경되어 한층 더 날렵한 운동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저 회전에서의 토크부조화를 만회하여 조금 더 끈끈한 토크 특성을 보여준다. 물론 VFR에 비해서 시대가 지난 만큼 디자인도 세련되었음은 물론이다.

동사의 CBR400RR 만큼은 아니지만 RVF 도 나름대로 흔한 차량인 만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디자인은 언제보아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충분히 세련되었다. 한때 일본내에서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레플리카' 라는 명예도 얻었을만큼, 그 디자인은 세련되었다. 물론 크지는 않다... 아니 작다... V4 답게 차체의 군살을 최소화 시켜서 가능한한 작게 만드려한 메이커의 의지가 돋 보인다. 특히 RVF 디자인의 가장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는 헤드라이트와 어퍼카울은 출시된지 1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전혀 오래되 보이지 않는다. 둥글지도 그렇다고 모나지도 않은 두개의 헤드라이트와 그 한참 위에 자리잡고 있는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은 멋지다 못해 깜찍하다. 거기에 도립식포크와 모노스윙암(혼다의 프로암) 으로 구성된 리어 구성은 귀여우면서도 날렵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프런트 포크는 아웃튜브의 금빛이 번쩍거리는 고급스러운 도립식 타입으로, 지금에 와서는 HONDA 도 도립식을 몇몇 기종에 채용하고 있지만 RVF 의 등장당시 RVF 는 HONDA 양산차중 유일한 도립식포크 채용 바이크였다.  혼다의 스포츠바이크의 대명사인 CBR 시리즈도 2000년식 900RR(929RR) 에 와서야 비로써 도립식 포크를 채용했다면 이해가 갈까?  바이크에 앉아보면 상당히 컴팩트 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V4 특성상 좁은 탱크는 동급의 병렬4기통 바이크에서 느낄 수 없는 컴팩트함을 느끼게 해주는데,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면 마치 단기통125에 탄 듯 좁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컴팩트함이 코너링에서 더 유리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텝은 극단적이진 않지만 동사의 CBR400RR 에 비한다면 다소 공격적인 위치이다. 핸들도 다소 낮은 편 임은 물론 시트고도 15mm 더 높아서 CBR400RR 보단 더 전경자세를 요한다. 물론... RVF400 의 포지션 자체가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말하면 CBR400RR 의 자세가 너무도 편안한 것..

시트 전/후로 공간이 별로 없어 자세가 거의 고정된 상태로 유지되게 됨으로, 키 180cm 의 필자에겐 상당히 비좁은 자세를 제공하지만, 코너링을 위해서 웅크린 자세를 연출하도록 한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웅크린 모습이 매우 공격적이다. 탱크의 폭이 좁음은 물론 그에따라 양쪽 스텝의 폭 또한 좁은 편이라서 상당히 웅크린 자세를 유지하게 되는데, 바이크를 컨트롤 하기에 매우 유리하며 공격적인 자세임에 틀림 없다. 물론 큰차체를 바라는 라이더들에겐 실망의 요소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요에 의한 크기임에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 포지션을 나름대로 잡아보며 앞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퍼카울의 에어덕트로 부터 이어지는 인테이크 파이프로 인해서 핸들스위치류와 계기반이 다소 가림을 알 수 있다. 실질적인 불편함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조금 답답하다고 해야할까?

계기반은 동사의 CBR400RR 의 그것과 동일한 계기반이다. 지금에서야 무척이나 촌스러워 보이지만, 스피드미터가 별도로 분리되도록 되어 레이스 참전시 스피드미터만 땔 수 있도록 설계된 당시로써는 최첨단(?) 계기반이었다. 일본내수 판매를 위한 모델답게 스피드미터는 일본내수용 속도규제로 인해 180km/h + 1라인까지 표기하고 있으며, 타코미터 역시 CBR400RR 과 동일하게 14,500부터 레드죤이 시작되며 표기한계치는 16,500rpm 이다. 가장 우측에는 수온계가 자리잡고 있으며,

타코미터하단, 스피드미터의 우측에 각종 인디게이터들이 위치하고 있다.

키를 돌려 이그니션-온 을 하고 시동을 걸어보자... 아니 그전에 초크레버를 찾아야 할터인데... 일반적인 바이크의 초크레버 위치에서 초크레버를 찾으면 한참을 찾아도 찾을 수 없다. 초크레버는 좌측의 프레임과 사이드카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참으로 특이한 위치에 초크레버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모델은 VFR400R 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NSR250 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초크밸브보다 조금 더 밑으로 아이들링 조절을 위한 다이얼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크레버를 당긴후 엔진킬스위치의 ON 을 확인하고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비로서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V4 엔진의 특성상 시동성자체는 병렬4기통에 비해서 좋은 편은 아니지만 초크레버를 적절히 사용해주면 시동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다. 엔진 자체는 매우 조용한 편 이지만, 병렬4기통의 그것에 비해서는 다소 진동과 소음을 동반하고 있다. 병렬4기통 엔진과는 실린더 배치나 점화간격등이 전혀 틀림에서 오는 이유이다.

시승차량은 순정 머플러를 사용하고 있는 차량인데, '위~이이잉~' 하는 배기음은 병렬 4기통의 그것과는 전혀 틀린 배기음이다. 참고적으로 몇차례 애프터마킷 머플러를 장착한 RVF400 도 시승해본적이 있지만, 음량이 커지고 소리는 거칠어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병렬4기통의 웅장한 배기음과는 전혀 틀린 배기음이다. 가끔 RVF400 을 배기음때문에 구매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데, 필자에게 있어선 V4 특유의 배기음이 매우 앙칼지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RVF 의 V4 엔진은 V4 특성상 진동이나 기계적인 소음이 병렬4기통에 비해서 크다는 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캠체인 방식이 아닌 캠기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동사의 CBR400RR 에 채용되는 병렬4기통 엔진도 캠기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캠기어 방식은 캠체인방식의 엔진에 비해서 캠체인의 유지보수가 없기에 내구성이 뛰어나며 기계적인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기어를 1단에 넣고 rpm 을 살짝올려 서서히 출발해보면, 저속에서 토크가 상당히 희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사의 CBR400RR 이 2~3,000rpm 에서도 출발해도 투덜대지 않고 달려주는데 반해서, RVF400 은 2~3,000rpm 으로 출발해서 달리려고 하면 상당히 버벅거리며 가끔 울컥대기도 한다. V4 엔진의 특성상 저회전에서 토크가 약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조금 더 활기차게 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서서히 rpm 을 높이면 3,000rpm 을 넘어서면서 투덜대던 엔진이 점점 매끄럽게 회전하다가 7~8,000rpm 이 넘어서면서 부턴 빠르게 뛰쳐나간다. 상당히 2차곡선적인 출력곡선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전모델인 NC30 VFR400R 에 비하자면 그나마 저속에서의 부조화가 많이 개선된 편 이다. 또, 실질적으로 400급 바이크들의 경우 도로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 5,000rpm 이상을 늘쌍 돌려주는것이 보통임을 감안하면 RVF400 의 저속토크 부족은 이녀석의 주종목이 아닌 시내주행등에서만 제외한다면 크게 불만은 없다. 저속에서 토크가 부족한 대신 7~8,000rpm 을 넘어서면서 부터 가파르게 솟아 오르는 가속감은 상당히 기분좋은데, 이때부터는 최고출력을 발휘해주는 12,500rpm 을 넘어 14,000rpm 까지 쉽게 치솟아 오른다. 최고출력을 내는 rpm 인 12,500rpm 을 약간넘어선 13,000~13,500rpm 에서 변속을 해보면 1단에서 85km/h , 2단에서 120km/h , 3단에서 155km/h , 4단에서는 계기반의 표기한계치까지 치솟아 오른다. 6단에서 80km/h 를 유지해보면 약 4,600~4,700rpm 을 타코미터 바늘이 가르킨다. 이 상태에서 쓰로틀을 열어보면 가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다. 동사의 CBR400RR 의 경우 활기차진 못하지만 그래도 가속이 이루어지던것에 비하면 RVF400 은 가속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앞서 말했듯이 저속토크가 희박한 편 이라서 왠만큼 RPM 을 높이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가속이란 것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쉬프트다운을 통해서 RPM 을 높여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섭게 치고 나간다. 고회전에서 RVF400 의 배기음은 마치 터빈이 회전하는 듯한 사운드로, 병렬4기통엔진의 웅장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개인적으론 이 배기음을 아주 매력있다 생각하지만, 병렬 4기통의 웅장한 배기음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 배기음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는 경우도 있다. 취향의 차이인지라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제동성능은 필자가 처음 RVF 를 접했을때에 놀라울 만큼 제동력이 좋다고 느꼈지만, 최신 바이크들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워낙 좋아지면서 이젠 평범한 제동력과 제동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동사의 CBR400RR 과 비교만 해보아도 단동2포트에서 복동4포트라는 차이점을 두고 있다. RVF400 에 채용된 NISSIN 제 복동식 4포트 캘리퍼는 296mm 의 디스크와 물려서 제동을 시작한다. 동급의 바이크중에서는 제동시스템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제동성능은 우수하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최신 슈퍼스포츠 계열 바이크들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워낙 고성능화 되었음으로, 이미 출시된지 10년이 넘게 흐른 RVF400 을 거기에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400cc 라는 배기량과 가벼운 무게등을 감안한다면, 필요충분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브레이크 터치감은 날카롭기 보단 다소 부드러운 편 이다. 이 때문에 제동시 신경질 적인 면이 많지 않다.

와인딩으로 진입해서 바이크를 뱅킹해보면... 첫 코너에서부터 헬멧안에서 묘한 미소를 짖게 된다. 병렬 4기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볍게 누워주기 때문이다. 병렬4기통에만 익숙하다면 순간적으로 당황할만큼 가볍게 눕는다. 이 차이점은 바로 엔진 형식에서 오는 차이이다. V4 엔진의 경우 엔진의 실린더가 앞뒤 각각 2개씩 배치되어 있음으로 그 폭이 좁다. 이로인해서 엔진 크랭크샤프트의 너비가 짧아지게 되고 질량도 가벼울 수 있다.

반면 병렬4기통의 경우 실린더 4개가 직렬로 늘어선 만큼 크랭크샤프트의 너비도 커지고 질량도 늘어나게 된다. 이로인한 크랭크샤프트의 회전에 의한 자이로현상의 차이를 들 수 있는데, 자이로 현상은 회전하는 물체가 균형을 잡으려 하는 현상이다. 어릴적 가지고 놀던 팽이 싸움을 떠올려보면.. 팽이가 무거울수록 그리고 빨리 돌 수록 균헝을 쉽게 잡고 옆에 있던 팽이가 와서 치더라도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균형을 다시 잡고 다시 돌고 있음을 기억할 수 있다.

같은 이치이다. 더 크고 더 무거운 크랭크샤프트가 돌고 있는 만큼 병렬4기통쪽이 더 균형을 잡으려는 힘이 커지게 되며, 이 때문에 다소 무겁게... 역으로 말해서 V4 쪽이 더 가볍게 바이크가 뱅킹할 수 있는 것 이다.

또한 이는 무게중심의 차이등도 들 수 있다. LCG 프레임으로 저중심을 최우선으로 한 CBR400RR 과 비교하자면 RVF 는 코너링의 머쉰인 NSR 과 계보를 함께하는 프레임을 채용하고 있다. 무게중심이 CBR 보다는 다소 높다는 말 이다.

이런 이유로 뱅킹 자체가 상당히 가볍게 이루어진다.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면 마치 2스트로크 레플리카와 흡사한 감각으로 뱅킹한다. 몇개의 코너를 적응되지 못한 몸 으로... 어설프게 헤쳐나가본다. 하지만 점점 그것에 몰두하게 되고... 점점 다음 코너를 향해 매섭게 돌진 하기 시작한다. 특히 RVF 의 타이트한 포지션에서 주는 공격적인 포즈는 라이더에게 더 심리적으로 공격적인 코너링을 구사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병렬4기통의 경우 넓은 엔진의 너비로 인해서 탱크폭이나 시트폭 등이 넓어서 마치 다리를 벌리고 타는 듯한.. 바이크와 일체감이 다소 부족한 느낌을 주지만 RVF 는 마치 2스트로크 레플리카에 올라 앉은 듯한 몸에 착 달라 붙는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RVF 는 이런 이유로 확실한 입력을 해주어야 확실한 출력을 보여주는 특성을 가진다. 동사의 CBR400RR 이 병렬4기통 특성상 탱크의 폭이 넓어 다리를 벌리고 타는 자세와 스텝의 위치또한 넓어지는 만큼 전체적으로 좌우로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좌/우 어디로든지 살짝만 힘을 주더라도 이미 벌어진 몸으로 인해서 쉽게 쉽게 탈 수 있는 것과 틀리단 얘기이다. 좁은곳에 앉아 있는 만큼 좌우로도 확실한 입력을 해주어야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오버해서 타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입력을 요한다는 것 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뱅킹 자체가 매우 가볍게 일어남으로 체중을 조금만 이동시켜도 훌쩍 하고 누워버리기 때문이다.

뱅킹 한 상태에서 코너를 돌아나가보면... 한가지... 잊은 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바로 RPM 이다. 적절하게 RPM 을 올려놓지 않은 상태로 코너링을 하면서 탈출을 위해 쓰로틀을 점점 열어보면... 원하는 만큼 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V4 의 특성상 저회전에서 토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늘 일정 RPM 이상을 살려주어야 활기차게 코너를 공략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머릿속에 하나하나 입력시키며... 점점 활기차게 와인딩을 공략해본다... 쉬프트 다운을 통해 고 RPM 을 유지하고 코너를 돌아나가보면... 날카롭게 그리고 빠르게 돌아나감을 알 수 있다. 짧은 휠베이스로 인해서 회전반경 자체가 매우 작은 편 이기 때문에 매우 날카롭게 돌아나간다. CBR400RR 이 뭉퉁하고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돌아나간다면, RVF400 은 마치 칼로그은듯한 날카로운 각을 그리며 돌아나간다. 고회전을 유지해야 제대로된 가속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고회전으로 유지하며 돌아나가는 만큼 몸의 긴장도도... 그리고 실제의 가속도 한층 더 높다. V4 특유의 배기음을 지나온 와인딩로드에 남겨놓으며 다음 코너를 향해 돌진하게 된다.

하드한쪽에 다소 더 치우친 전/후 서스펜션은 코너링중 바이크의 전/후 피칭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면의 잔진동까지 라이더에게 모두 전달해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노면의 정보만을 걸러서 라이더에게 전달해준다고 해야할까? 타이어의 그립감도 느끼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엔진브레이크가 의외로 강한 편 이라서 고회전으로 코너링시 쓰로틀을 닫아야 되는 상황에서 뒤가 살짝 출렁거리긴 하지만 이내 다시 자세를 잡아준다. 다만 노면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엔 승차감이 다소 좋지 못해서 좁은 바이크위에 웅크리고 앉은 상황에서는 꽤나 불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코너를 탈출해가면서 느끼는 매력이란... 쉽게 쉽게... 1을 입력해도 2배로 좋은 결과물을 출력해주는 그런 바이크와는 틀린 기쁨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다루기 힘들어서, 만족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다이나믹하게 다루고 즐겁게 즐기면 되는... 그런 바이크 인 것 이다. 와인딩을 돌면서 '목적지가 어디이던가?' 라고 느긋하게 즐기는 쪽도... 불안함에 떨면서 이를 '짜릿하다' 라고 표현하는 쪽도... 아니란 것 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묵묵히 코너 탈출구를 노려보며 쓰로틀을 열고 있는 모습과 그 앞에서 레드죤근처에서 떨고 있는 타코미터의 바늘만이 시야에 존재할뿐인 그런 코너링을 선사한다.

코너링 자체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만들어진 바이크 답게 사실 실용성은 꽤나 떨어진다. 저rpm 에서 토크가 약한만큼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rpm 을 더 사용하게 되고 이 때문에 연비도 좋지가 못 하다. 물론 400급이니 만큼 기본적인 연비수준은 유지하겠지만, CBR400RR 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꽤나 더 먹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실제 같이 투어링을 가봐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시트는 거의 쿠션감이 없음은 물론, 탠덤시트는 처음부터 '간의용' 으로 밖에 설계되지 않은 듯 하다. CBR400RR 도 시트의 쿠션등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차량의 서스펜션이 다소 소프트한 편이였지만, RVF 는 코너링을 중시한만큼 CBR 보단 다소 하드한 설정이다. 이 때문에 승차감이 그리 우수하다고 볼 순 없다. 또한 탠덤스텝 바로 아래로 배기관이 지나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발이 조금 긴 사람이 탠덤을 하게 된다면 십중팔구 배기관에 신발이 녹아 붙는다... 신발이 아깝냐 배기관이 아깝냐의 문제는... 알아서 판단하기 바란다. 하지만 분명... 좋은 점은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탠덤따윈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니 말이다. 탠덤시트아래의 수납공간은 꽤나 쓸모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어서, 왠만큼의 수납은 가능하다. 리어뷰미러가 접히지 않는다는 불만점은 CBR400RR 에서와 동일하다. 그렇다.. 결론적으로 실용성이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이를 큰 단점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이 녀석은 'RVF' 이기 때문이다. 코너링을 위한... 코너링에 의한... 코너링의... RVF 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퇴색되어 가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바이크가 있다. 또, 모든이들이 무난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바이크가 있는가 하면, 대다수의 사람이 그리 좋아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은 광적으로 좋아하는 그런 바이크가 있기도 하다. RVF 는 어떠할까? 지금은 단종되어 더이상 새차로는 보기 힘들지만, RVF... 그 이름하나로도 많은 매니아들을 설레이게 했던 서킷출신의 본격파다. 왕년에 쫌 날렸던... 그런 녀석인 것 이다. 작은차체와 배기음때문에 우리나라에선 많은 사람들에게서 골고루 사랑받진 않지만, RVF 에 광적이라 할만큼 열광적으로 빠져있는 매니아들을 볼 수 있다.

RC45 RVF750 은 RC51 VTR1000SP 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지만... NC35 RVF400 은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역사에서 마지막 모델로 사라지고 말았다...

RVF400 에 키를 꼽고 달리기전 필자는 매끈하게 빠진 녀석의 겉모습에 빠져 감성에 젖어있었다... 하지만 키를 꼽고 달리면 감성보다 달리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본능은 감성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중력과 관성력에 농락당하며 희열을 느끼던... 또,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던.... 달리고 싶은 본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라이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그 본능을 자극하던 NC35 RVF400 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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