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Peformance Air-Cooled Inline 4... YAMAHA XJR400 / 작성일 : 2002년


수냉엔진이 대부분인 현재에 와서, 공랭엔진이란 비효율 적이고 출력이 떨어지는 엔진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랭엔진에는 공랭엔진만의 맛이 있고 사운드가 있고 다이나믹함이 있다. 그렇기에 많은 어메리칸바이크들이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위해서 공랭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크와는 크게 연관은 없지만, 4륜 자동차 회사중 독일의 스포츠카 메이커로 유명한 포르쉐(Porsche) 사도 공냉엔진을 제작해온 메이커로 유명한데, 물론 공냉엔진만을 사용한것은 아니다. 1977년 수냉엔진을 사용한 928 을 내놓았었지만 '공냉만이 진정한 포르쉐다!' 라며 포르쉐 매니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었다. 현재나오고 있는 신형 911이 등장할때도 (현재 발매중인 911 은 수냉엔진이다) 일부 포르쉐 매니아들은 공냉만이 진정한 포르쉐라면서 구형 911 만을 고집한적도 있었다.

이는 자동차뿐 아니라, 바이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메리칸 크루져 메이커의 원조(?) 로 불리는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에서도 일산 같은 장르의 바이크에 비해서 성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였는지, V-Rod 라는 수냉 모델을 선보였다. V-Rod 는 Porsche 사와 공동 개발한 엔진을 얹은 하이퍼포먼스 어메리칸 크루져 모델이다. 이때도 역시 일부 할리데이비슨 매니아들은 '공랭만이 진정한 할리다!' 라고 외면하기도 했다.


공랭의 느낌이 무엇이길래, 공랭 매니아들은 그렇게 공랭에 집착하는 것일까?

지금, 얘기하려는 YAMAHA 사의 XJR400 도 바로 공랭 병렬4기통 엔진을 얹은 네이키드 바이크이다. 저배기량이면 저배기량일수록 큰 힘을 내기 위해서 수냉엔진을 채택하는게 어쩌면 당연할듯 한데, YAMAHA 사의 XJR400 은 공랭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XJR400 출시당시 HONDA 사의 CB400SF 나, KAWASAKI 사의 ZRX400 이 수냉 엔진을 탑제한 네이키드 모델이였는데, 이에반해 KAWASAKI 사의 Zephyr 400 은 공랭엔진으로 '힘이 없다' 는 말을 많이 듣고 있었다.
이때(1993년 도쿄모터쇼를 통해 첫 데뷔했다) 등장한 것이 바로 XJR400 인데, '공랭은 힘이 없다!' 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정도의 하이퍼포먼스 공랭엔진으로 일본 내수용 400cc 급 출력규제치 53마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물론 1996년 제파400도 4밸브 DOHC 를 채용해 53마력으로 출력을 높여, 제파카이라는 모델을 발매함으로써, 퍼포먼스 공랭엔진의 XJR400 은 더이상 퍼포먼스 공랭이라고 할수는 없게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XJR400 도 후에 Brembo 제 브레이크 시스템과, Ohlins 쇽을 도입한 일명 SP 버젼 (XJR400R) 이 등장하였고, 그리고 후에 이 모델에 전자식 미터를 도입하고, Brembo 제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동사의 슈퍼스포츠 기종과 동일한 스미토모제 캘리퍼로 변경되었다.

시승한 모델은 Brembo 브레이크 시스템과, OHLINS 제 리어쇽을 장착한 XJR400R 모델이다.

XJR400 의 첫 인상은, 울부짖는 공랭 4기통 이란 말로 밖에 표현할수 없을듯 하다. CB400SF 의 첫 인상은 부드럽게 다듬어 놓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네이키드라면, XJR400 은 클래식컬 하면서도 어딘가 다듬어지지 않은 과격한 모습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디자인도 XJR 쪽이 마음에 든다.

400급 네이키드라서 크기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 물론 400급이란것을 생각하고 본다면 작은 크기도 아니다. 키 180cm 인 필자가 앉으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바이크가 조금 작아 보인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바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 사이즈면 가져놀기에 충분하다. 바이크에 앉았을때, 앞을 가리는것이 아무것도 없는... 탁 트인 넓은 시야는 네이키드 만의 장점이리라.

나름대로 포지션을 취해보면, 스텝은 아주 절묘한 위치에 위치하고 있다. CB400SF 의 경우는 스텝이 너무 뒤에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XJR400 은 너무 앞에 있지도 뒤에있지도 않으며, 너무 낮은 위치에 있거나 너무 높은 위치에 있는것이 아니라, 아주 절묘한 위치에 스텝이 자리잡고 있다. 장시간 주행해도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다이나믹한 주행을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핸들의 위치는 필자의 키가 커서 그런지 '조금 낮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기기엔 이쪽이 더 안성맞춤인것 같으며, 이에 따른 불편함은 없다.

흠... 그리고 한가지 집고 넘어가자면, 순정 백미러는 시야가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백미러를 보기 위해서 팔을 잘 모아서 백미러를 봐야했다. 핸들의 디자인때문에 그런건지 백미러의 디자인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바이크에 비해서 필자의 덩치가 커서 그런것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주행중에 조금 불편한 감이 있었다.

키를 꼽아 이그니션을 ON 시킨후, 스타터 버튼을 눌려서 시동을 걸자 잠자고 있던 공랭엔진이 쉽게 잠에서 깨어난다.
공랭엔진의 특성상 열을 빨리 받기 때문에 추운 날에도 시동성은 매우 우수했다.

시승차량은, SuperTrap 풀셋 머플러를 장착하고 있어서 매우 우렁찬 소리를 뿜어낸다. (자료실의 OnroadZone 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중 XJR400 동영상에서 소리를 들을수 있음)

 

그리고 팀회원중 XJR400 을 타는 분이 한분 더 있어서, 그 바이크의 소리도 종종 듣지만 모리와키제 JMCA승인 숏커트타입 머플러는 공랭엔진 특유의 감칠맛 나는 사운드를 정말 멋지게 제생해주었다. SuperTrap 은 소리는 우렁차지만, 공랭엔진 특유의 사운드는 조금 부족했다.

공랭엔진답게 수냉보단 조금더 빨리 예열이 되어서, 시동후 겨울에도 오래도록 기다려야 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하는것은 좋지 않다.)

 

출발하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점은, 생각외로 저속토크가 없다는 것이다. 출발시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rpm 이 3,000rpm 정도는 있어야 부드럽게 출발이 된다. CB400SF 의 경우 2,000rpm 만 되어도 부드럽게 출발이 가능했는데, 아무래도 공랭 4기통으로 수냉 4기통과 같은 출력을 이끌어 내기위해서 저속출력을 희생하고 고속에서 출력을 끌어낸듯 하다.  이는 공냉엔진으로 하이퍼포먼스를 끌어내기 위해서 생긴 필연적인 결과이리라. 하지만, 주행중 저속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해서 느끼는 불편함을 느낄 일은 전혀 없다. 그저 다른 기종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일뿐이다.


그리고 기어비가 생각보다 높아서, 1단에서 이끌어낼수 있는 속도는 60km/h 정도이다.  저속에서 부족한 힘을 기어비로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저 RPM 으로 스타트후, 쓰로틀을 부드럽게 열어가기 시작하면, 7 ~ 8,000rpm 부근을 넘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출력이 나오는것을 느낄수 있다. 시승바이크의 경우 머플러를 풀셋으로 모두 교체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느낌이 더욱 강렬하다.
기어비가 높아서인지, 7~8,000을 경계로 상승하기 시작하는 파워의 느낌 때문인지 타코미터를 보지 않으면 레드존까지 넘어가기가 쉽상이였다. 타코미터의 레드존은 12,000rpm 부터 시작된다.
7~8,000rpm 을 넘어서면서 부터 뿜어져 나오는 힘과 함께 느낄수 있는 것이 바로 공랭 엔진 특유의 감칠맛 나는 사운드와 진동이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수 없지만, 분명 수냉의 그것과는 다른 매력적인 것이다.

rpm 을 쭈욱 올려가면, 5단 12,000rpm 정도에서 160km/h 정도를 보여준다. 6단에선 역시 400급 공랭 네이키드라서 그런지 가속력이 부족해서 180km/h 를 넘기기가 좀처럽 쉽지는 않다. 하지만 스타트후 150km/h 정도까지는 금방붙는다. 도로에서 도로의 흐름을 리드하기엔 충분한 성능이다. 어차피 네이키드는 고속 주행을 위한 바이크가 아니다. 국도에서 크루징은 6단 80~100km/h 부근이 가장 기분좋게 주행할수 있는 부분이였다. 다만 이속도에서 쉬프트 다운없이 앞차를 추월하는 것은 다소 버겁다. 같은 속도로 주행하고 있으면 CB400SF 보다 2,000rpm 정도 더 rpm 을 많이 쓰고 있는것을 느낄수가 있는데, 이는 역시 저속출력의 부족때문이리라.
그리고 역시 수냉엔진에 비해서 힘은 부족한지, 실제 국도에서 고속 주행을 해보면 CB400SF 가 앞으로 사라지고 있는것을 느낄수 있다.


동력성능을 얘기했으니, 제동성능도 얘기하도록 하겠다.
시승한 XJR400R 의 경우 Brembo 제 4포트 캘리퍼를 채용하고 있는데 제동력은 정말 앞도적이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아스팔트위에 스키드마크를 남기는것은 손가락에 힘이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담력이 있냐의 문제일것이다.
초보자라면,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비오는 날 주행에선 락이 되지 않을까 두려울정도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민감하지 않음으로 어느정도 바이크 경력만 있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XJR400 의 경우 제동력이 네이키드에 적당한 수준이라 생각하며, XJR400R 은 과분한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강력하다.
다만, Brembo 사의 캘리퍼는 제동력이 순간적으로 '팍' 하고 솟아나는게 아니라 꾸준히 솟아나오는 타입이기 때문에, 적응이 된다면 큰 걱정없이 브레이킹 가능하다.
아쉬운점은, 프런트포크가 뛰어난 프런트 브레이크 시스템에 비해서 많이 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급브레이킹을 하면, 프런트 포크가 더이상 주저 앉을수 없는 지점까지 금방 주저 앉아서, 타이어가 쉽게 스킬음을 내었다.
프런트포크가 조금 구경이 넓고 하드한것이 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XJR400 에는 이정도의 프런트포크가 맞지만, XJR400R 에는 조금 부족하다.

리어 서스펜션의 경우 XJR400R 의 OHLINS 의 경우는 노면추종성이 매우 뛰어나며, 감쇠력 조절이 가능해, 라이더의 기호에 따라 원하는 셋팅으로 설정을 바꿀수 있다.
OHLINS 쇽의 경우는 XJR400R 의 승차감을 결정지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다. 충격을 잘 걸러주면서도 노면의 정보는 라이더에게 그대로 전달해주며, 그렇다고 해서 네이키드 바이크에겐 너무 소프트한 설정도 아니다.


XJR400 의 경우는 리어쇽이 지나치게 소프트한 느낌이 강했다. 이는 라이더가 어느것을 선호하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필자의 기준에서 소프트한 느낌이라고 느끼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다만, XJR400 을 타는 아는 오너분도 이 리어쇽에 불만을 가지고 SHOWA 제품으로 교체를 하였다.

 

이 녀석의 무게는 179kg... CB400SF 보다 6kg 이 무겁다. 2001년 모델부터는 176kg 이라고 한다. 6kg 의 차이이지만, 설계상의 차이인지 XJR400 은 CB400SF 보다 훨씬 묵직한 느낌이 든다.
동력성능을 빼고 생각한다면 600급이나 그 이상의 바이크가 아닌가 착각할정도로 묵직한 느낌이 전해져오며, 이는 라이더에게 안심감으로 작용한다.

묵직한 느낌때문일까? 실제 속도가 빠르지 않은 교차로에서의 방향전환시에도 '아~ 뭔가 해냈구나!' 하는 만족감을 얻을수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가질수 있는 묵직한 안정감은 정말 마음에 든다.
다만 바꿔서 말하자면 날렵함은 그만큼 부족하다. 날렵함을 원한다면 CB400SF 쪽이 훨씬 날렵하다.

네이키드는 코너링을 위한 바이크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부담없이 코너링을 할수 있는 바이크이다.
라이더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안심감을 주는 포지션을 제공한다.
라이더는 별 부담감없이도 코너링에 집중할수 있으며, 네이키드 역시 실로 코너링 속도가 빠르다.
실제 투어링도중 네이키드를 코너에서 쫓아가지 못하는 슈퍼스포츠 라이더들도 상당히 많다.
물론 뛰어난 실력의 라이더가 슈퍼스포츠를 다룬다면 말은 틀려지겠지만 말이다.
평범한 수준의 같은 실력의 라이더가 몬다면 네이키드 쪽의 코너링이 더 빠를것이다.
이는 조작의 편안함과 쉬움, 그리고 심리적인 부담감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XJR400 의 경우 코너링이 생각보다 묵직하다.
언제나 코너링도중 안정감을 가지고 있어서 초보도 부담없이 즐길수 있겠지만, 이 영역을 넘어서는 빠른 속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실력이 필요한것도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뱅킹각도는 깊은 편인데,뱅킹센서가 너무 쉽게 도로에 닿기 때문에 실력있는 라이더라면 뱅킹센서를 때는 쪽이 속이 편힐듯하다.
실제 뱅킹센서가 없으니, 머플러 고정나사가 코너링중 도로에 닿고, 메인 스탠드가 코너링중 도로에 닿아서 갈릴 정도로 뱅킹각은 깊다.
물론 누구나 이 영역에 도달할수 있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XJR400 이 가진 잠재력이 이정도라는 것은, XJR400 으로도 코너링을 충분히 즐기고도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너링 도중 레드존까지 RPM 을 올리며 트랙션을 거는것은 400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XJR400 은 프레임강성이 매우 높아서 레드존까지 RPM 을 올려가며 과격하게 코너링을 해도 차체가 일체의 불안감이 없다.
CB400SF 의 경우 차체의 강성이 XJR400 에 비해서 낮아서 그런지 레드존으로 트랙션을 걸때 차체의 불안감이 컸으며, 프레임 자체가 진동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CB400SF 가 불만이란것이 아니며, XJR400 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묵직한 코너링 느낌과 높은 프레임강성은 정말 안정적인 코너링을 제공하는데, 다만 묵직하기 때문에 복합 코너링에서는 날렵하게 코너링 하기위해선 어느정도 실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더라도 묵직한 바이크를 돌려나가는 재미는 언제 어디서나 만족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실력있는 라이더가 묵직한 녀석을 가져노는 재미도 충분하리라 믿는다.

400급이라서... 고회전을 이용하기 때문일까? 와인딩로드를 신나게 달리고 나면 기름을 많이 먹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는, 필자가 레드존까지 트랙션을 걸며 코너링을 즐기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연비는 20km/l 이상을 늘 유지하며, 80~100km/l 정속주행에선 8,000원으로 200km 정도를 주행할정도로 연비가 뛰어났다.

이는 XJR400 뿐 아니라 모든 400급 네이키드의 공통점일것이다.

XJR400 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바이크라 생각한다.
시내에서 타고 다니기에도 부담없고, 코너링을 즐기기에도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기에도 부담없는 바이크이다.
필자의 경우 국도에서 고속주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기 떄문에, 동력성능에도 불만 따위는 없다.

복고적인 디자인때문일까? 국내에선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아주 쉽게 'Best of best' 라고 얘기할수 있을만큼 만족스러운 바이크이다